장파의 ‘어제까지의 세계’ 영상에서는 불교적 세계관에서 세상의 중심이라 여겨지는 수미산의 삼각형이 아스라지고 수면에 비친 상만이 남는다. 사실 반사된 상은 원본에 종속되어 있는 존재이기에 이 영상은 부조리한 상황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수미산이 거기에 있(었)다는 증거로서의 상은 허상인가, 그것 또한 하나의 실재인가? 우리의 믿음이 작동하는 방식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감시당하고 있다는 믿음 – 흔히 망상이라고 여겨지는 – 을 가지고 있는 이에게 있어 자신이 느끼는 불안감, 외부의 지속적인 시선은 실재한다. 남들이 그것이 모두 망상이라고 질책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들에게는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타인을 설득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게 된다. 믿음은 타인과 공유되는 보편적인 것일 때에는 진리나 사실이 되며, 지극히 개인적인 것일 때에는 망상이 된다. 즉 증거가 있기 때문에 믿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부터 증거의 탐색이 시작된다.
수미산 자체가 결국 그것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믿는 자들의 믿음 위에 서 있을진대, 수미산의 비친 상만 남는 현상에 대해 부조리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믿음의 체계 안에서는 차라리 비친 상이라는, 존재의 ‘증거’만이 있는 세계가 더욱 합리적일 수 있다. 원본의 존재 여부는 믿음에서 중요하지 않다. 무려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대한 사안에 관한 보편적 믿음일지라도 결국 믿음이라는 것 자체가 허술하기 그지없으며 공유된 망상이나 다름없을 수 있기에. 수미산을 원점으로 하는 좌표축은 붕괴의 조짐을 보이며, 그것의 물리적 증거인 비친 상만이 – 차라리 또 다른 망상을 좇을 지라도 – 새로운 좌표축에 대한 탐구의 가능성을 보인다.
플라톤의 이상적인 삼각형은 현실로 옮겨지자마자 불완전한 삼각형이 된다. ‘어제까지의 세계’가 암시하는 모순도 여기에 있다. 수미산, 계란 노른자로 쌓은 탑은 완전한 삼각형이라는 이상을 좇지만 그것을 모사하는 것 자체가 완전성을 파괴하며, 결국 사라지거나 무너질 준비가 되어 있다. 삼각형은 공고한 중심에 대한 믿음의 한없는 얄팍함을 드러내고, 그 원형(原形)이 존재하지 않는 원으로 이행한다.
Fluid Neon series에서의 원은 결코 완벽한 형태의 관념적인 원이 아니다. 그보다는 ‘쪼개는’ 듯한 웃음을 담은 얼굴, 뱉어내고 분출하는 구멍, 응시하는 눈으로서의 찌그러진 원이다. 중심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둔 점들의 집합으로서 원이 아니며, 오히려 중심이 무엇인지 말할 수 없는 형태로 존재한다. The Double Lover series에서의 웃는 얼굴은 그 자체의 독립성과 실재성을 증명하듯 체액과 같이 표면에서 흘러내리고, Fluid Neon series에서는 눈알들이 부유하며 캔버스 안을 관음하고 통제하려는 시선을 파열시킨다. 여성의 성기 구멍에서 쏟아져 나오는 웃음과 눈알들은 비친 상, 즉 자기 자신의 존재 증거를 필요로 하지 않는, 그 자체가 복수의 원형(原形)인듯 보인다. 장파가 그려내는 ‘부정확’한 원은 긍정하는 여성의 모습과 닮아 있다. 원형(原形), 이데아로서의 삼각형에서 탈출하여 저마다의 원(圓)을 그려 나가는 존재로서의 여성. 원본을 감히 거부하고 홀로 있는 상으로서의 여성. 원점이 어디인지 말할 수 없는, 공유되지 않는 자기 만의 좌표축 위에서 끊임없이 유동하는 여성. 안전한 믿음을 거부하고 불안정한 상상으로부터 세계를 구축해 나아가는 여성.
In the video The World Until Yesterday by Jang Pa, the triangular shape of Sumeru Mountain, which is believed to be the center of the world in Buddhism, fades and only its reflection is left. In fact, this video shows an absurd situation, as a reflection should belong to its original object. If this is the case, is the reflection of Sumeru proof that the mountain’s (past) existence is illusionary, or is it real? Ironically, people’s belief-structures are created via a similar mechanism. To someone who believes that she is under constant surveillance – something considered to be delusional – her anxiety, and the incessant gaze of the outer world is real. Others’ dismissal of her fear as mere delusion doesn’t matter to her. Rather, she is compelled to persuade those who don’t believe her. When a belief is shared with other people, it becomes a truth or a fact. When it’s too personal, it can be a delusion. Proof doesn’t confirm her belief; a belief causes her to find the evidence.
If Sumeru is merely founded upon people’s belief that it is the center of the world, can we call this phenomenon – only its reflection exists independently – absurd? In terms of belief, a world in which Sumeru’s reflection, the evidence of existence, exists itself independently – is this not more rational? Whether something actually, physically existed or not is not important in a belief. Even if it’s a widely-held belief about a significant matter – the center of the world – a belief itself is very fragile, and no better than a shared delusion. The coordinate axis with Sumeru as its origin indicates a coming collapse, and the reflection as physical evidence of the mountain conceives a possible exploration toward a new axis, even it turns out to be in pursuit of another delusion.
Plato’s ideal triangle becomes an imperfect one when it is realized. The contradiction that ‘The World Until Yesterday’ implies lies here. Sumeru and the tower built with yolks pursue an idea of a perfect triangle, however, physical realization of the original destroys its inherent perfection. Thereby, both the mountain and the tower are ready to collapse. The triangle reveals the vulnerability of abelief in a stable center, and it transforms into a circle in negation of its origin.
The circle in Fluid Neon series is not an ideal, perfect circle. Rather, it is distorted as a giggling face, a spewing hole, and a gazing eye. It is not a circle as an assemblage of points equidistant from the central point; it exists as a shape whose center cannot be discerned. The smirking face in The Double Lover series flows down like body fluids, proving its independence and authenticity. In Fluid Neon series, eyeballs float around and rupture the gazes of voyeurs and controllers of the canvas. Sneering expressions and eyeballs, coming out from a woman’s genitals, seem to be multiple prototypes that do not require any kind of evidence of their existence. The ‘imperfect’ circle that Jang Pa draws resembles a woman with positivity. A woman who escapes from the ideal triangle as a prototype and draws her own circle. A woman as a reflection that dares to deny the origin and stands alone. A woman who floats around on her own coordinate axis which isn’t shared with others and has an unclear origin. A woman who refuses a stable belief system and builds a world from her own insecure imagin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