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en/Figure (2020) series는 고대의 여성 조각상에서부터 현재까지 형성되어온 여성의 이미지와 형상에 기입된 ‘여성 혐오’의 맥락 안에서 수집해온 이미지를 (재)배열/배치한다. 이를 통해 성적 위계질서가 어디서부터 왔으며, 젠더 권력의 불균형이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이미지에 어떻게 스며들고 변이해왔는지를 살펴본다. 더불어 여성 혐오의 이미지가 여성의 몸에 ‘모욕’의 형식으로 끊임없이 부정성을 덧씌우는 과정을 살펴보고, 그것이 우리의 미적 판단과 규범적 직관에 어떠한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탐구하고자 한다.
2011년부터 다양한 매체를 통해 모아온 자료를 바탕으로 여성 혐오 Misogyny 이미지의 서사적 계보 혹은 남성 중심의 거대 서사에서 섬세하게 귀 기울이지 못했던 ‘여자들의 세계’를 다루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작업을 위해서 고전 명화를 비롯하여 인터넷에 떠도는 여성, 소수자성, 남성성 그리고 페미니즘을 둘러싼 언어와 이미지들을 수천 장 수집한 뒤 몇 개의 키워드로 분류한 다음, 그것들을 페인팅의 고전적 어법에서부터 서브컬처 이미지와 연결 지어 탐구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신체를 중심으로 대중문화와 미술사에서 여성의 몸이 어떻게 대상화되고 여성 혐오가 재생산되는지 주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Gif 짤방 및 밈 Meme 혹은 가짜 뉴스를 비롯한 영상, 사진 등 리서치 자료를 (재)배열/배치하여 여성 형상의 변모를 추적한다. 또한, 여성의 자기 재현이 형상적 이미지로 응축되고 표출되는 측면에 주목하여 여성들의 다층적 서사를 시각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Women/Figure series(2020)는 여성 형상에 대한 이미지의 지층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여성의 자기 재현적 형상에서부터 여성 혐오의 이미지를 마치 ‘지층 Stratum’처럼 축적된 모양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선형적 시간의 지층이라기보다는 시대를 넘나드는 배치를 통해, 이미지들 사이에서 서로 다른 시간성들이 얽히고 교차하는 다층적 시간성을 인식하고 이에 따른 시선의 역사를 구성하고자 하였다. 또한, 마치 이미지의 배후에 숨겨져 있는 기억인자 Engram가 조용히 발현되듯, 여성 혐오적 이미지 속에도 여성의 자기 재현적 형상이 담겨 있을 수 있다고 보았다. 이렇게 양가성을 내포한 이미지의 (재)배열/배치를 통해 각 이미지 간의 상호 작용을 증폭 시켜 기존의 의미 체계를 흩트리고자 하였다. 따라서 다양한 층 layer이 혼재하는 지층의 단면이라는 형식이 적합하다 여겼다.
<여성/형상>이라는 ‘이미지 지층’의 시작은 ‘비너스 Venus’와 ‘바우보 Baubo’로 불리고 있는 선사시대부터 만들어진 여성 조각상 female figurines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Venus of Willendorf’가 바로 그 예이다. 성적 코드의 맥락이 담겨 있는 ‘비너스’라는 명칭을 붙인 것에서 알 수 있듯, 19세기 여성 조각상이 발굴된 이후 다산에 대한 기원을 담은 상징 외 여성 조각상의 형상들을 남성들을 위한 것, 마치 선사시대의 포르노와 같이 여기며 에로틱한 맥락으로 다루어왔던 것이 일반화된 고고학계의 해석이었다. 하지만, 최근 고고학계에서는 이러한 여성 조각상을 성적 대상화의 관점이 아니라 ‘여성의 자기 재현’이라는 관점으로 전환하여 보고 있다. 즉 여러 가지 근거를 통해 형상이 여성의 삶의 모든 단계를 재현하고 있으며 여성에 의해, 그리고 여성을 위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나는 여성 이미지의 ‘형상화’가 현재까지 어떻게 이루어져 왔으며, 왜 여성의 관점이 역사에 기재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한 연구로 여성의 몸이 어떻게 재현되어 왔는지, 그리고 현재 여성이 자기 자신을 재현하고 형상화하는데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그리고 ‘비천한’ 자신의 몸에 대한 인식과 존엄성을 여성 스스로 어떻게 구성하며 살아가는지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바우보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바우보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여성의 음문을 상징하는 코드이다. 음문, 즉 여성의 성기는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소가 있는 동시에 여성의 신체를 ‘대상화’하여 표현한 복합적 상징이기도 하다. 딸 페르세포네를 잃은 후 상심에 빠져 식음을 전폐하며 비통해하는 풍요의 여신 데메테르를 위해 바우보는 비속하고 음탕한 농담과 춤으로 그녀를 웃게 했다. 바우보는 치마를 들치어 음부를 내보이는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였는데, 그녀의 몸짓이 과장될수록 음문이 일그러지며 사람 얼굴처럼 다양한 표정을 연출하여 데메테르에게 웃음을 주었다. 기존 나의 작업 중 하나인 ‘Studies for the Baubo series’(2018- 2019)는 이러한 상징으로서의 바우보를 시각적 형식으로 탐구하는 작업 중 하나이다. 바우보 테라코타는 음문의 얼굴을 가진 바우보상으로, 많은 페미니스트 미술가들이 이 코드를 사용하여 가공된 음란함을 내세웠다. 이를 통해 미술가들은 여성에게 족쇄를 채우는 가부장제의 교활한 단속 방식을 비웃었다. 액운을 막아주는 부적이었던 남근상(Fascinus)이 본래의 사용가치를 넘었듯, 바우보가 행하는 ‘음란한 농지거리’는 가부장제의 이분법적 성 규범, 혹은 규범으로 여겨지다시피 하며 유지된 성녀/창녀의 이분법에 맞서는 행위로도 읽힐 수 있다.
여성의 성적 욕망이 설 자리를 잃도록 만드는 남성 중심의 섹슈얼리티 평가 방식은 여성에게 가하는 뿌리 깊은 구조적 폭력이다. 비너스, 바우보 형상 등 고대의 여성 조각상에서부터 결국 ‘구멍’으로 수렴되는 여성의 이미지에 기입된 혐오와 비천함을 다시금 사유함으로써 숭고함과 더러움 사이의 위계질서가 어디서에부터 온 것이며 어떠한 상징과 이미지로 변이되어 왔는지 추적하고 있다. 이는 여성이 지금까지 어떻게 재현되고 형상화되었는지 다시 쓰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같은 ‘다시 쓰기’는 ‘누가 쓰는가’라는 주체성의 문제로 귀결된다. 다양한 매체 실험을 통해 미디어가 감정을 포섭하고 그것을 시스템 안으로 물화하는 지점, 그리고 그 속에서 주체성을 발휘하게 해 주는 지점 사이에서 페미니즘의 윤리를 매체적으로 실현하게끔 하는 예술의 정치성을 고민하고 있다.
Women/Figure series, 2020
Women/Figure (2020) series (re)arrange the images collected within the context of ‘misogyny’ inscribed in women’s images and figures that have been formed from ancient female statues to the present ones. Through this, I examine where the gender hierarchy came from and how the imbalance of gender power has permeated and transformed the numerous images we encounter. In addition, I explore the process by which the image of misogyny is constantly overlapping a woman’s body with negativity in the form of ‘insult’, and how it has influenced our aesthetic judgment and normative intuition.
Based on data collected through various media since 2011, I am working on a project dealing with the ‘women’s world’, which could not be carefully heard in the genealogy of misogynistic images or the male-centered narrative. For this work, thousands of expressions and images surrounding women, minority, masculinity, and feminism, including classic masterpieces, are collected and classified into several keywords. Then I connect them to subculture images or the classical context of painting. In particular, I focus on women’s bodies and pay attention to how women’s bodies are objectified in popular culture and art history and how misogyny is reproduced. To this end, research materials such as GIFs and memes commonly found on the Internet, videos and photos, including fake news, are (re)arranged to track the transformation of female figures. Also, focusing on visualizing women’s multi-layered narrative, I investigate the aspect in which women’s self-representation is condensed and expressed into a shape or an image.
Women/Figure (2020) series attempts to show the strata of images of female figures. Ranging from the self-representation of women to the image of misogyny, they were made into a form accumulated like a “stratum”. However, rather than being strata of linear time, it attempts to recognize the multi-layered temporality in which different temporalities intertwine and intersect between images to construct the history of gaze. In addition, as if engram, the memory factor hidden behind the image, is silently revealed, I considered that the misogynistic images could contain the self-representational element of women. In this way, the (re)arrangement of ambivalent images was intended to amplify the interaction between each image to disperse the existing semantic system. Therefore, I thought that the form of a cross section of strata in which various layers are combined is suitable.
The “strata of images” in Women/Figure has its root in female figurines called “Venus” and “Baubo” made from prehistoric times. The well-known “Venus of Willendorf” is an example. After the excavation of female figures in the 19th century, as can be seen from the name ‘Venus’, which contains a sexual code, the female figures as well as the symbolic statues containing the hope for fertility, are considered for men’s pleasure like prehistoric pornography. It was general in the field of archaeology to interpret them in an erotic context. However, in recent years, the archaeologists have turned their viewpoint toward the female figures, regarding them as women’s self-representation rather than mere sexual objectification. In other words, it is argued that the figures represent all stages of women’s life, and it is highly likely that they were created by and for women. Here, I have no choice but to question how the “formation” of women’s images has been done so far, and why it took a long time for women’s viewpoints to be inscribed in history. Regarding this, I have been studying on how women’s bodies have been represented, what difficulties women face in recreating and expressing themselves, and how women construct their own perception and dignity of their ‘abject’ body.
Baubo is also in the same context. Baubo is a code derived from Greek mythology that symbolizes the female genitals. The female genitals have an element that can lead to ‘birth’ and are also a complex symbol expressed by ‘objectifying’ a woman’s body. After the loss of her daughter Persephone, Demeter, the goddess of abundance was heartbroken and stopped eating and drinking. To make her laugh, Baubo made vulgar and lustful jokes and dances. Baubo did a ridiculous act of showing her vagina by lifting her skirt. As her gestures were exaggerated, her genitals became distorted and expressed various expressions like a human
face, giving Demeter a smile. One of my past works, Studies for the Baubo (2018-2019) series explores Baubo as such symbol in a visual format. The Baubo Terracotta is a Baubo statue whose face has genitals on it, and many feminist artists have used this code to present an artificial lewdness. Through this, artists laughed at the patriarchal cunning method of cracking down on women. Just as Fascinus, a talisman against bad luck, exceeded its original value of use, Baubo’s filthy jokes and behaviors can be read as an action against the binary gender norm of the patriarchy, or the existing norm of dividing divine feminine and prostitute.
The male-centered way of assessing sexuality is deep-rooted structural violence against women which causes women’s sexual desires to lose their place. By rethinking the ancient female figure such as Venus and Baubo and the misogyny and abjectness inscribed in the image of women that eventually converges into a ‘hole’, I track where the hierarchy between sublime and filth originated from and how they have been transformed into symbols and images. This is also the process of rewriting how women have been represented and expressed so far. Such “rewriting” arises a question of subjectivity, or the matter of “who writes”. Through the experiments using various artistic media, I am contemplating the politics of art, which realizes the ethics of feminism between the points where the mass media dominate the emotions and reifies them into the system, and the points where they allow women’s subjectivity to be manifes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