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y Red: About Jang Pa’s painting

Jang Pa’s paintings in the <Lady-X> series look heated due to the Scarlet body of women that resemble raw meat with organs hanging out, the embarrassing posture of the bodies exposed with pleasure, and the vibrant colors and intense lines. Thus it is easy to think of these paintings as an outburst of the female subconscious or a free expression of sexual urges. In other words, there’s a strong sense of hot and bare irrationality that has deviated from all constraints and taboos.

Yet at the same time, there is something icy in it. The faces in the paintings are either completely erased or the eyes are glaring at the viewer. There is no female here as a passive object that is watched by males; only a very deliberate ‘showing’ or ‘seeing’. Thus it is not a brute impulse but a conscious eroticism as is defined by Georges Bataille. It is a carefully calculated maneuver that pulls out our voyeurism and makes us admit it. Hence the screen strewn with blood red lines is strangely cold. There is a cold gaze somewhere that is sardonically staring at those of us who are dumbfounded by the female body which is filled with perverse pleasure for objects. It resembles Simone’s coldness in <Story of the Eye>.

“Milk is for the pussy, isn’t it?” said Simone. “Do you dare me to sit in the saucer?”

“I dare you,” I answered, almost breathless.

The day was extremely hot. Simone put the saucer on a small bench, planted herself before me, and, with her eyes fixed on me, she sat down without my being able to see her burning buttocks under the skirt, dipping into the cool milk.

The blood shot to Ply head, and I stood before her awhile, immobile and trembling, as she eyed my stiff cock bulging in my pants.

Then I lay down at her feet without her stirring, and for the first time, I saw her “pink and dark” flesh cooling in the white milk. We remained motionless, on and on, both of us equally overwhelmed . . . .

–  Georges Bataille, <Story of the Eye>

The reason Simone is sitting(s’assit) in the saucer(assiette) is not out of impulse but because of their linguistic similarity. This ‘intellectual’ exploit gives a perverse pleasure to Simone, yet by turning her back on the boy’s gaze she does not allow herself to be the object of indulgence. As she cools herself in the cold milk saucer, Simone becomes the main agent that cynically watches the poor boy, who is in a helpless arousal even while shouting “I dare you.”

Jang Pa’s girls/women are as icily aggressive as Simone who’s sitting in the saucer. The naked body is not passively looked at but rather reveals itself to us and stares back at us viewers. That Jang Pa is sensitive to the power of the gaze and hence purposefully positions it to meet our gaze is also revealed in the Cheshire-Cat motif from <Alice in Wonderland>, which is said to leave behind only its grin as it disappears (<Grinning like a Cheshire Cat>, 2015). This motif is repeated in other work as an entity glaring at us with a peculiarly aggressive expression, its age, gender, and even species unbeknown.

Jang Pa’s ‘hers’ not only glare at us coldly in their exposed bodies but prohibits the mystification of the body. Inside the empty womb of the woman in the recent <Funny Games> (2016) is a handgun pointing in our direction, and the woman also aims at us with a gun in her mouth. She is making a conformation kill on the obsession for maternal instinct that persist in her own self, people who look at her, and the ones who are indifferent to it all. By forbidding the glamorization of the female body as a vessel for pregnancy and childbirth, or its mystification based on motherhood, Jang Pa makes us accept it in itself.

Thus even though the work of vicious colors, lines, and subject matter may seem to overflow with images of intense excess, Jang Pa’s work is actually about ridding the ‘female body’ of the numerous exaggerated images adhered to it and leaving just its own, in other words the natural desires of the female body. The odd chill that flow through the painting is probably sensed as the needlessly warmed up temperature of our gaze which is accustomed to biased images are controlled. This is why the moment when Jang Pa’s fluorescent red feels cold is of significance.

Written by Sohyun Ahn (independent curator), 2016

 

차가운 붉은 색: 장파의 그림에 대해[1]

내장을 꺼낸 고기 같은 선홍색 여체와 쾌락에 열어젖힌 낯뜨거운 자세들, 화려한 색과 난폭한 선들 때문에 장파의 <Lady-X> 시리즈의 그림들은 뜨거워 보인다. 그래서 그 그림들은 여성의 무의식의 분출이나 성적 충동의 자유로운 표현 정도로 생각되기 쉽다. 다시 말해 제약과 금기로부터 벗어나 마구 풀어헤쳐진 뜨거운 비이성의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동시에 거기에는 차가운 뭔가가 있다. 그림 속의 얼굴들이 아예 지워져 있거나 두 눈이 힐긋 관객을 쏘아보고 있다. 여기에는 남성에게 수동적으로 ‘보여지는’ 대상으로서의 여성은 없으며, 철저하게 의도된 ‘보여주기’ 혹은 ‘보기’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것은 동물적 충동이 아니라 조르주 바타이유가 말하는 의식적인 에로티즘이다. 그것은 우리의 관음증을 일부러 끄집어내어 인정하게 하는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이다. 그래서 핏빛 선들이 흩어진 화면은 이상하게 차갑다. 사물에 대한 도착적 희열에 가득찬 여자의 신체를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우리를 어디선가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이 있다. 그것은 <눈 이야기>의 시몬의 차가움과 닮았다.

“접시란 앉으라고 만들어진 거야, 안 그래? 그렇지? 난 접시에 앉겠어.”

“넌 절대로 그럴 수 없을 거야.” 나는 숨죽이며 대답하였다.

몹시 더운 날이었다. 시몬이 접시를 자그마한 걸상 위에 올려놓고 내 앞에 자리를 잡더니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치마 밑으로 타는 듯 뜨거운 엉덩이를 차가운 우유 속에 담그는 것을 내가 보지 못하도록 앉았다. 뻣뻣해진 내 음경이 바지 위로 팽팽하게 솟아오르는 걸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동안 나는 얼굴이 벌개진 채 몸을 떨면서 얼마 동안 그녀 앞에서 꼼짝 않고 있었다. 그리고는 꼼짝 않고 있는 그녀의 발밑에 드러누웠고, 흰 우유 속에서 식어가고 있는 그녀의 ‘장미색과 검정색’ 살을 보았다.…

– 바타이유, <눈 이야기>[2] 중에서

시몬이 접시(assiette)에 앉은(s’assit) 이유는 충동 때문이 아니라 놀랍게도 언어적 유사성 때문이다.[3] 이 ‘지적인’ 행동은 물론 시몬에게 도착적 쾌감을 가져다주었겠지만, 그녀는 바라보는 소년의 시선으로부터 돌아앉음으로써 자신이 시각적 탐닉의 대상이 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시몬 자신은 찬 우유 접시에 앉아 식어가면서, “넌 그럴 수 없을거야!”라고 외치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달아오른 가엾은 소년을 바라보는 냉소적 주체가 된다.

장파의 소녀/여성들은 접시에 앉은 시몬만큼이나 차갑게 공격적이다. 벌거벗은 신체는 수동적으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우리에게 보여주면서, 보는 우리를 보고 있다. 장파가 시선의 힘에 예민하며 그것을 의도적으로 우리의 시선과 맞닿게 배치한다는 것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웃음만 남기고 모습을 감춘다는 체셔 고양이의 모티브에서도 드러난다(<Grinning like a Cheshire Cat>, 2015). 이 모티브는 다른 작품에서도 반복해서 등장하는데 나이, 성별, 심지어 종(種)을 확인할 수 없는 개체가 묘하게 공격적인 표정으로 우리를 쏘아보고 있다.

장파의 ‘그녀’들은 신체를 드러내며 우리를 차갑게 쏘아볼 뿐만 아니라 그 신체를 신비화하는 것조차 금지시킨다. 최근작 <Funny Games> (2016)의 여성의 텅 빈 자궁 속에는 권총 한자루가 우리를 향하고 있고, 여성은 자신의 입에 총을 물고 동시에 우리를 향해 총을 겨눈다. 그녀는 자기 자신, 그녀를 보는 이, 그리고 그 모든 것들에 무심한 자들에게 끈질기게 남은 모성 강박을 확인사살하고 있다. 장파는 여성의 신체를 잉태와 출산의 역할로 미화하거나 모성으로 신비화하는 것까지 금지시킴으로써 그것을 오로지 그 자체로 긍정하게 만든다.

따라서 과격한 색,선,대상으로 이루어진 장파의 그림들은 뜨거운 과잉의 이미지로 넘쳐나는 것 같지만,오히려‘여성의 신체’에 들러붙은 수많은 과장된 이미지들을 걷어내고 여성의 신체에게‘제 것’,즉 자연스러운 욕망만을 남겨놓는 작업이다.그림을 흐르는 이상한 냉기는 아마도 치우친 이미지에 길들여져 쓸데없이 데워진 우리 시선의 온도가 제어되면서 느껴졌을 것이다.장파의 형광빛 붉은 색들이 차갑게 느껴지는 시점이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글 : 안소현(독립 큐레이터), 2016

 

[1]이 글은 <퇴폐미술전>(아트 스페이스 풀, 2016)에 전시된 장파의 작품설명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2]조르주 바타이유, <눈 이야기>, 이재형 옮김, 푸른숲, 10쪽.

[3]프랑스어로 “나는 접시에 앉는다”는 “Je m’assois dans l’assiett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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